졸트 뢰브는 오랜 시간 유럽 축구에서 감독 옆의 감독이라 불려 온 인물입니다. 그는 줄리안 나겔스만, 토마스 투헬의 수석코치로 활동하며 라이프치히, PSG, 첼시 등 유럽 정상급 클럽들의 전술 시스템을 실질적으로 운영했던 핵심 인물 중 하나입니다. 선수 시절보다는 지도자로서 더 많은 명성을 얻은 그는 이제 조용한 조력자를 넘어 독자적인 지도자로 거듭날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졸트 뢰브의 축구 철학, 유럽 명문 클럽에서의 행보, 그리고 그가 감독으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보여준 특징을 중심으로 조명해 봅니다.
선수보다 더 빛난 코치
졸트 뢰브의 이름은 일반 축구 팬들에게는 다소 낯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유럽의 전술 마니아, 그리고 축구 분석가들 사이에서는 그의 존재는 매우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헝가리 출신으로, 선수 시절에도 국가대표로 활약하며 일정 수준 이상의 경력을 갖췄지만, 눈에 띄는 커리어는 지도자로 전환한 이후부터 시작됩니다. 그의 지도자 인생은 2012년, 독일의 레드불 잘츠부르크에서 시작됐습니다. 이후 그는 줄리안 나겔스만 감독의 눈에 띄어 2018년 라이프치히의 수석코치로 합류했고, 전술 준비, 훈련 운영, 상대 분석 등의 실무를 거의 도맡다시피 하며 팀의 핵심 전술 파트너가 됩니다. 당시 라이프치히의 압박 축구와 유연한 포지셔닝은 유럽에서도 크게 주목받았고, 그 중심엔 뢰브의 세밀한 전술 준비가 있었습니다. 그의 장점은 기획력과 상황 대응 능력입니다. 라이프치히 시절 그는 선수 한 명이 빠질 경우, 그 공백을 어떻게 전술적으로 메울지 미리 시뮬레이션을 진행해 두고 있었습니다. 실제로 당시 라이프치히는 주전 부상자가 발생해도 경기력의 하락폭이 크지 않았습니다. 이는 감독이 아닌, 전술을 담당한 조력자 뢰브의 실력이 뒷받침되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는 팀 분위기 조성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선수들과 직접적으로 소통하며 그들의 심리 상태를 체크하고, 훈련 중간중간 동기 부여를 주는 역할까지 수행합니다. 단순한 전술가가 아니라, 전체 팀 분위기까지 아우르는 현장형 리더였던 셈입니다.
투헬과 함께 정상 도전
졸트 뢰브가 일반 축구 팬들에게 이름을 알리게 된 계기는 토마스 투헬 감독과의 파트너십을 통해서입니다. 그는 투헬의 러브콜을 받고 2020년 파리 생제르맹의 수석코치로 합류했고, 이후 2021년엔 함께 첼시로 이적하며 유럽 정상급 클럽에서 전술 운영의 실질적인 중추 역할을 수행하게 됩니다. PSG 시절, 뢰브는 네이마르, 음바페, 디 마리아와 같은 스타플레이어들을 전술적으로 조율하는 역할을 맡았습니다. 이때 그는 단순히 시스템을 적용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 개개인의 성향을 분석해 포지션과 역할을 조정했습니다. 예컨대 네이마르에게 자유도를 부여하면서도 팀 전체의 수비 밸런스를 해치지 않게 하기 위한 3선 구조 조정은 뢰브의 아이디어였다는 뒷이야기도 있습니다. 첼시에서는 더 강한 전술 요구가 있었습니다. 당시 투헬 체제는 철저히 조직화된 수비와 전환 속도를 강조하는 시스템이었고, 뢰브는 훈련장에서 선수들에게 이를 반복적으로 설명하며 전술적 이해도를 끌어올렸습니다. 첼시가 2020-21 시즌 챔피언스리그에서 우승할 수 있었던 것도, 경기 중 디테일한 전술 조정과 상대 팀 분석이 정확히 이루어진 덕분이었습니다. 특히, 그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큰 강점을 보였습니다. 첼시의 세트피스 수비는 당시 유럽에서도 최고 수준이었고, 공격 시에도 후방 라인의 움직임과 볼 흐름이 체계화되어 있었습니다. 이 모든 준비가 수석코치 뢰브의 손을 거쳐 완성된 전술적 디테일입니다. 그는 항상 한 발 앞서 준비하는 사람입니다. 경기 당일에도 상대 팀의 라인업이 발표되면 곧바로 전술 변경안이나 교체 카드 시나리오를 만들어 투헬에게 전달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런 철저함이야말로 그가 오랫동안 유럽 정상의 벤치에 머물 수 있었던 이유이며, 많은 이들이 “그는 언젠가 감독이 되어야 할 인물”이라고 평가한 이유입니다.
감독으로서의 가능성
졸트 뢰브는 이제 수석코치를 넘어 1군 감독으로의 도약을 앞두고 있습니다. 이미 여러 유럽 클럽들로부터 감독 제의를 받고 있는 그는, 한 인터뷰에서 “언젠가 내 팀을 맡고 싶다. 단,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맡고 싶지는 않다”고 밝혔습니다. 이 발언에서 그의 신중함과 철학적인 지도자 성향이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그의 전술적 기반은 유연한 포지셔닝과 구조 중심의 팀 구성입니다. 즉, 단순히 포메이션을 세우는 데 그치지 않고, 각 상황에 맞는 전환 전략, 선수들의 움직임의 논리, 상대의 약점 공략법 등을 종합적으로 설계합니다. 이는 투헬이나 나겔스만처럼 트렌디한 지도자들과 유사하면서도, 좀 더 현실적인 접근을 취한다는 점에서 차별화됩니다. 그가 만약 1군 감독이 된다면, 강한 스타일의 축구보다는 전체적인 밸런스를 중시하는 축구를 구사할 가능성이 큽니다. 공을 소유하면서도 필요할 땐 과감하게 직선적인 공격을 시도하고, 수비에서는 라인 간격을 유지하면서 압박보다는 위치 플레이를 활용하는 방식이 될 것입니다. 이는 현재 유럽 중위권 클럽들이 선호하는 실리적 축구와 잘 맞아떨어집니다. 또한, 그는 인간적인 지도자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축구는 결국 사람이 하는 게임이며, 선수들과의 신뢰 없이는 아무리 훌륭한 전술도 구현되기 어렵습니다. 뢰브는 이 점을 누구보다 잘 이해하고 있으며, 팀 내 심리적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었습니다. 그의 전술적 능력과 인간적인 리더십이 결합된다면, 감독으로서도 충분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입니다. 지금은 아직 그림자 속의 전략가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유럽 축구계는 그가 무대 중앙으로 나오는 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조용하지만 단단하게, 졸트 뢰브는 감독으로서의 새로운 시대를 준비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