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테펜 바움가르트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가장 에너지 넘치는 지도자로 알려진 인물입니다. 터치라인에서 끊임없이 소리치고, 벙거지를 눌러쓴 채 전장을 누비는 그의 모습은 단지 퍼포먼스가 아닙니다. 그는 축구에 대한 열정과, 선수들을 믿고 이끄는 리더십, 그리고 단순하지만 명확한 전술 철학으로 중소 클럽들을 변화시켜 온 현장형 지도자입니다. 이 글에서는 SC 파더보른에서의 반전 드라마, FC 쾰른에서의 부활 프로젝트, 그리고 그의 축구가 갖는 의미를 다각도로 살펴봅니다.
하위권 팀의 반란
바움가르트의 이름이 독일 전역에 울려 퍼지기 시작한 건 SC 파더보른에서였습니다. 2017년, 당시 3부리그에 속해 있던 파더보른은 강등 위기에서 가까스로 구제된 팀이었고, 예산도 전력도 열악했습니다. 그러나 바움가르트는 부임 첫 시즌부터 팀 분위기를 바꾸며 새로운 전환점을 마련했습니다. 그는 공격이 최고의 수비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전방 압박, 빠른 전개, 측면 활용을 강조한 축구를 구사했습니다. 파더보른은 그의 지도 아래 3부리그에서 2부리그로, 그리고 곧바로 1부리그로 연속 승격에 성공하는 기적을 만들었습니다. 그 어떤 대형 스타 없이도, 시스템과 조직력, 그리고 정신력으로 승부한 바움가르트식 축구는 팬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겼습니다. 그는 포메이션보다 철학에 집중했습니다. 주로 4-4-2 혹은 4-2-3-1을 기반으로 경기를 풀었지만, 핵심은 포지션이 아니라 경기 내내 달리는 팀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선수들에게는 위치보다는 역할을, 전술보다는 태도를 강조하며 경기 내내 적극적인 압박과 헌신적인 수비 가담을 요구했습니다. 파더보른은 결국 분데스리가에서 한 시즌 만에 강등됐지만, 그들이 보여준 과감하고 박진감 넘치는 축구는 높은 평가를 받았습니다. 바움가르트는 결과보다는 축구가 왜 재밌어야 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 감독으로, 단숨에 전국적인 주목을 받게 되었습니다. 당시 그의 이름은 작은 팀도 철학으로 승부할 수 있다는 상징처럼 쓰였고, 이는 이후 쾰른으로 이어지는 새로운 도전의 기반이 됩니다.
전통 명문팀의 리부트
2021년 여름, 바움가르트는 FC쾰른의 감독으로 부임합니다. 쾰른은 당시 여러 시즌을 하위권에서 보내며 침체된 분위기를 탈피하지 못하고 있었고, 감독 교체도 잦은 상황이었습니다. 그러나 바움가르트는 부임과 동시에 팀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는 선수단 전체를 대상으로 지금부터 쾰른은 압박하고, 달리고, 상대를 몰아붙이는 팀이 될 것이다라고 선언했고, 이는 전술적 전환의 시발점이었습니다. 그는 쾰른의 공격 전개를 단순화하면서도 속도감 있게 설계했습니다. 4-1-3-2 혹은 4-2-2-2 전형을 바탕으로 풀백과 윙어의 적극적인 오버래핑, 그리고 2선 미드필더들의 침투를 통해 빠르게 상대 박스로 접근하는 방식입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전술보다 팀의 정신력을 우선한 접근이었고, 이는 금세 경기장 안에서 드러났습니다. 쾰른의 선수들은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부딪히며, 실점 후에도 흔들리지 않고 공격을 이어갔습니다. 이는 팀 전체의 멘탈을 긍정적으로 바꾸었고, 결국 바움가르트는 부임 첫 시즌 만에 쾰른을 유럽대항전 진출권으로 끌어올리는 데 성공합니다. 이는 그가 만든 변화가 단순히 분위기 전환에 그치지 않았음을 의미합니다. 그는 선수 개인에게도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예컨대 앤서니 모데스트 같은 노장 공격수는 그의 시스템 안에서 다시 한번 전성기 시절과 같은 활약을 펼쳤고, 유망주들도 과감히 기용하며 선수단 전체의 역동성을 끌어올렸습니다. 또한 바움가르트는 라커룸 분위기 조성과 미디어 대응에서도 팀 전체의 이미지를 변화시키는 데 기여했습니다. 그는 경기가 끝난 후에도 늘 선수들을 감싸며 책임을 본인이 짊어지고, 승리는 팀 전체의 것으로 돌리는 현장형 리더의 모범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리더십의 본질
슈테펜 바움가르트의 축구 철학은 간단합니다. 축구는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슬로건이 아니라, 그가 모든 팀에 적용해 온 철학이자, 지도자로서의 아이덴티티입니다. 그는 어떤 상황에서도 선수들이 끝까지 포기하지 않도록 만드는 에너지의 중심에 서 있습니다. 그는 일방적인 지시보다는 현장 소통을 강조하는 리더십을 발휘합니다. 훈련 중에도 선수들과 직접 대화하며 피드백을 나누고, 벤치에서는 늘 움직이며 경기의 흐름에 몰입합니다. 이러한 스타일은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를 부여하고, 지도자와 선수 간 신뢰를 공고히 만듭니다. 바움가르트의 또 다른 장점은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팀 전체에 심어준다는 점입니다. 승점이 필요한 경기에서 그는 전술보다 경기의 흐름을 읽는 감각과 결단력을 바탕으로 용감한 교체를 단행하고, 선수들에게 그라운드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라고 주문합니다. 그는 선수들이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도록 만들며, 그 안에서 개인의 역량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돕는 지도자입니다. 또한 그는 미디어 앞에서도 감정 표현을 숨기지 않습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흥분하거나 때론 유머를 섞어 이야기하는 모습은 단지 캐릭터가 아닌, 그가 경기장과 선수들을 얼마나 진심으로 대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증거입니다. 이러한 진정성은 팬들과의 유대감을 형성하고, 구단 내부에서도 신뢰를 쌓는 결정적인 요소로 작용합니다. 바움가르트는 지금도 여전히 벙거지를 눌러쓰고 터치라인을 누비며 외칩니다. 그리고 그 외침은 단지 전술 지시가 아니라 함께 싸우자는 메시지입니다. 축구는 때론 전략보다 마음으로 이기는 경기이며, 그는 그 점을 누구보다 잘 아는 지도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