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노 토프묄러는 이름부터 축구 팬들에게 익숙할 수 있습니다. 그의 아버지 클라우스 토프묄러는 과거 레버쿠젠에서 챔피언스리그 결승까지 이끈 명장으로 유명하죠. 하지만 아들의 길은 아버지와는 조금 다릅니다. 디노는 선수보다 지도자로서 더 두각을 드러내며, 보조에서 시작해 이제는 분데스리가의 명문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감독으로 자신만의 색깔을 입히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디노 토프묄러의 경력, 전술 철학, 그리고 리더십을 중심으로 그의 축구적 정체성을 조명해 봅니다.
코치에서 시작한 커리어
디노 토프묄러는 선수로서의 커리어는 크지 않았습니다. 주로 독일 하부리그에서 활동했으며, 포지션은 공격형 미드필더였습니다. 그리 화려하진 않았지만, 이 시기에 그는 지도자로서 필요한 경기 이해도와 팀 운영의 흐름을 몸으로 익혔습니다. 선수 생활을 조기 은퇴한 그는 자연스럽게 코치의 길을 택하게 되었고, 그 시작은 룩셈부르크 클럽에서였습니다. 여기서 그는 2016년 감독으로 팀을 이끌며 감독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그의 진짜 성장은 줄리안 나겔스만과의 만남에서 비롯됐습니다. 나겔스만이 라이프치히의 사령탑으로 부임했을 때, 그는 디노 토프묄러를 수석코치로 영입했습니다. 이후 두 사람은 라이프치히를 거쳐 바이에른 뮌헨에서도 함께하며 독일 최고의 벤치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됩니다. 이 시기 토프묄러는 전술 분석, 훈련 계획 수립, 세트피스 준비 등 실질적인 경기 준비의 상당 부분을 맡았습니다. 특히 나겔스만 체제에서는 경기 중 유연한 전술 전환이 특징인데, 토프묄러는 이 변화의 전술 설계자 역할을 했습니다. 수비에서의 빌드업 조정, 윙백 활용, 측면 압박 등은 그의 구체적인 디테일을 바탕으로 진행됐고, 이로 인해 그는 단순한 수석코치를 넘어 공동 전술 책임자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경기 도중에 터치라인까지 나와 선수들에게 지시를 내리는 그의 모습은, 지도자로서의 능력을 갖췄다는 명확한 신호이기도 했습니다. 중요한 점은, 토프묄러가 단순히 이론 중심의 전술가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그는 훈련장에서 선수들의 감정을 읽고, 피로도와 심리 상태를 반영하여 전술과 출전 시간까지 세밀하게 조정할 줄 아는 지도자입니다. 이처럼 선수들의 심리를 배려하면서도, 디테일한 전술 실행에 강한 인물이라는 점이 그를 유망한 차세대 감독으로 부상시키는 요인입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실험
2023년, 디노 토프묄러는 자신의 첫 정식 분데스리가 1군 감독 자리를 맡게 됩니다. 그것도 단순한 팀이 아닌 유럽 대항전 경험이 풍부한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트의 감독직이었습니다. 구단은 나겔스만 체제에서의 실질적 수훈자로 그를 높이 평가했고,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맡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첫 시즌은 그에게 쉽지 않은 도전이었습니다. 프랑크푸르트는 주요 선수 이탈과 함께 체력적, 정신적으로 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고, 팀 컬러도 불확실한 상황이었습니다. 이 상황 속에서 토프묄러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팀을 정비하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한 일은 전술의 간결화였습니다. 과거의 복잡한 빌드업 대신, 보다 실용적인 3-4-2-1 또는 4-2-3-1 시스템을 도입해 선수들의 역할을 명확히 했습니다. 그의 전술적 접근은 압박이 아닌 위치, 공간 장악이 핵심입니다. 미드필드에서의 수적 우위를 확보하고, 후방에서는 3백을 통한 안정적인 출발을 바탕으로 점진적 전개를 시도합니다. 전방에서는 윙백과 공격형 미드필더가 유기적으로 전환하며, 공을 소유한 상태에서 상대의 공간을 서서히 무너뜨리는 방식을 택합니다. 이는 나겔스만 시절보다 좀 더 단순하고 현실적인 스타일로, 현재 프랑크푸르트 선수단의 구성과도 잘 맞아떨어지고 있습니다. 흥미로운 점은 토프묄러가 경기 중 전술 수정 능력이 매우 뛰어나다는 것입니다. 예컨대 전반에 고전하던 팀이 후반에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돌아오는 경우가 잦은데, 이는 하프타임 동안 선수별 위치 조정, 전진 타이밍의 세밀한 조율 등을 빠르게 적용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 부분은 그의 수석코치 시절 경험이 고스란히 녹아든 장점입니다. 한 시즌이 채 지나기도 전에 프랑크푸르트는 점점 조직적으로 정비되었고, 리그 중상위권 경쟁을 이어가며 안정적인 팀으로 자리잡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토프묄러는 유망주를 발굴하고, 기존 베테랑과도 융합을 이뤄내며, 리빌딩과 성과를 동시에 해내는 드문 지도자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사람 중심 지도법
디노 토프묄러의 지도 스타일은 사람 중심이라는 말로 요약됩니다. 그는 전술적으로 매우 정교하지만, 그 안에서 사람의 감정과 리듬을 간과하지 않습니다. 이 점은 현대 축구에서 매우 중요한 요소이며, 특히 젊은 선수들이 많은 팀에서 더 큰 힘을 발휘하게 만듭니다. 그는 훈련장에서 선수들과의 소통을 중시하며, 훈련 외적인 부분에서도 선수 개인의 고민이나 컨디션을 챙깁니다. 전술적 브리핑에서도 왜 이 움직임이 필요한가를 설명하며, 단순 지시보다는 이해와 납득을 바탕으로 한 설득에 초점을 맞춥니다. 이로 인해 선수들은 각자의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움직일 수 있게 됩니다. 또한, 그는 언론이나 팬들과의 관계에서도 신중하고 성실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인터뷰에서는 경기의 흐름이나 전술 변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하면서도, 실패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지고, 성공은 팀 전체의 노력으로 돌리는 리더십을 유지합니다. 이는 팬들에게도 신뢰를 주는 모습이며, 구단 내부에서도 장기 프로젝트를 맡기기에 적합한 인물로 분류되는 이유입니다. 토프묄러의 리더십은 선수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습니다. 그는 단기적인 전술 완성보다, 장기적인 선수 육성과 시스템 정착에 중점을 두며, 감독으로서보다 축구 조직의 설계자로서의 역할에 더 가깝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세는 프랑크푸르트가 단기 성적뿐 아니라 지속적인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